미니 루머가 맞다면 아이폰 12의 가격책정은 머리를 잘 쓴 겁니다.
- 서린
- 조회 수 507
- 2020.05.02. 18:48
일반적으로 플래그십이나 그에 준하는 모델은 디스플레이 크기가 클수록 선호도가 높아집니다(무식하게 큰 거 말구요).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그래 왔고, 아이폰 역시 디스플레이를 키우니까 선호도가 올라갔죠.
고가정책을 펴는 애플이지만, 이번 아이폰 12는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시작합니다.
소비자들이 '와, 애플 플래그십이 이만하면 싸네'라고 느낄 수 있는 가격대죠.
하지만 우리 똑똑한 애플은 가격 책정을 허투루 하지 않았습니다.
5.4인치 아이폰 12, $649
6.1인치 아이폰 12, $749
애플 '플래그십'이 써보고 싶은데 비싸서 부담이 됐던 사용자들은 5.4인치 아이폰 가격에 매료될 것입니다.
심지어 타 진영 모델을 사용하던 사람들도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써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구요.
그런데 100불만 더 내면 화면 크기가 무려 0.6인치나 증가한 6.1인치 아이폰이 있네요?
스마트폰 평균 교체주기를 고려할 때, 사서 오래오래 쓴다면 100불을 더 내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 아닐까요?
여기서 이제 '보태기'가 가능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6.1인치 아이폰을 구매하게 될 겁니다.
보태기가 가능하지 않지만, 정말 애플 플래그십이 너무너무 써보고 싶은 소비자는 5.4인치 아이폰을 구매하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6.1인치 아이폰 판매량이 더욱 높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기존의 애플 유저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애플을 선택하는 유저들을 위해서 프로 라인이 존재합니다.
6.1인치 아이폰 12 프로, $999
6.7인치 아이폰 12 프로 맥스, $1099
아이폰 12 엔트리 라인업($649)과는 스타팅 프라이스가 큰 폭으로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싼 값에 홀려 아이폰을 써보고자 하는 이들은 프로라인이 타겟팅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애플에 충성심을 가진(혹은 돈이 좀 있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라인업이 바로 프로라고 할 수 있죠.
이제 이 소비자들은 또 5G 아이폰 12 프로 라인업이 $999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경쟁사 아닌 경쟁사(?) 삼성 S20 시리즈 가격을 생각해 보면, 애플인데 이 가격이면 선녀가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999짜리를 사려고 보니, 또 100달러만 더 내면 화면이 0.6인치나 커진 프로 맥스 모델이 있습니다.
이 정도 라인업에서는 대부분 100불을 보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제 사이즈에 대한 호불호로 선택이 갈리게 됩니다.
작고 가벼운(?) 폰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디스플레이가 크건 말건 $999짜리로 가려고 할 것입니다.
아직 공식 사양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가 애플이라면 프로 맥스 라인업에는 무언가 차등을 둘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맥스 모델에만 램을 2기가 정도 더 넣어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 소비자는 또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아, 100불만 더 내면 조금 무거워지긴 하지만 화면도 커지고 사양도 좋아지네?
그러면 역시 100불을 더 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그렇게 또 고민 끝에 프로 맥스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입니다.
결국 프로 라인업에서도 큰 모델이 더 판매량이 잘 나오게 되겠죠.
요약하면 애플이 실제로 얻어가는 수익 비중에서 $749, $1099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649 모델은 '애플 5G 플래그십이 이렇게 저렴하다고?'로 소비자를 홀리기 위한 모델이고,
$999 모델은 애플 충성고객 중에서 정말 크기가 크고 무게가 무거운 스마트폰을 싫어하는 소비자를 위한 모델입니다.
대부분은 $749, $1099로 시작하는 모델을 사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전략의 결과, 애플은 수익률을 많이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할 수 있습니다.
엔트리 라인업으로 흡수된 타 진영 사용자 중 이탈자를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은 차기 모델에선 프로 라인업을 구매할 수도 있겠죠.
소비자 심리를 철저히 이용하는 마진쿡의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기만 잘 나온다면, 코로나가 무색할 만큼 쿡 선생은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감사하십시오.
확실히 시선유도용 제품 같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