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이미지 기반 CAPTCHA를 AI가 완벽하게 해독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 안드레아스 플레스너(Andreas Plesner) 박사 과정 학생이 이끄는 연구팀은 오픈 소스 객체 인식 모델인 YOLO("You Only Look Once")를 활용, 구글의 reCAPTCHA v2 시스템을 100% 성공률로 통과하는 봇을 개발했습니다.

reCAPTCHA v2는 웹사이트 이용자가 사람인지 봇인지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보안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사용자에게 여러 장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중 특정 객체(자전거, 횡단보도, 산, 계단, 신호등 등)가 있는 이미지를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구글은 2018년 reCAPTCHA v2의 보안 취약성을 개선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reCAPTCHA v3를 출시했습니다. reCAPTCHA v3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사람과 봇을 구분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별도의 과제를 수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reCAPTCHA v2는 여전히 수백만 개의 웹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14,000개의 교통 이미지 데이터셋을 사용하여 YOLO 모델을 학습시켰고, 이를 통해 reCAPTCHA v2가 제시하는 13가지 객체 카테고리를 높은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화전의 경우 100%, 오토바이의 경우 69%의 정확도로 이미지를 분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미지 인식 모델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는 reCAPTCHA 시스템을 완벽하게 통과할 수 없습니다. reCAPTCHA는 동일한 IP 주소에서 반복적인 시도를 차단하고, 사용자의 마우스 움직임 패턴을 분석하여 봇을 걸러내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reCAPTCHA의 보안 기능을 우회하기 위해 VPN을 사용하여 IP 주소를 변경하고, 실제 사람의 마우스 움직임을 모방하는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또 실제 웹 브라우징 세션서 수집한 브라우저 및 쿠키 정보를 사용해 봇이 사람처럼 보이도록 위장했습니다.

이전에도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reCAPTCHA를 해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률은 68~71%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로컬에서 실행되는 AI 모델만으로도 reCAPTCHA v2를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미 텍스트 기반 CAPTCHA는 AI 모델에 의해 오래전부터 해독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제 이미지 기반 CAPTCHA마저 AI에 의해 정복됨에 따라, 온라인 환경에서 사람과 봇을 구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글 클라우드 대변인은 과학 전문 매체 '뉴 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사용자들에게 시각적 과제를 제시하지 않고도 보호할 수 있는 reCAPTCHA v3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reCAPTCHA v3는 사용자 행동 분석을 통해 봇을 판별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뛰어난 CAPTCHA는 가장 똑똑한 기계와 가장 지능이 낮은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점"이라며, "머신러닝 모델이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으면서 좋은 CAPTCHA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전 공개 논문 형태로 공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