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났습니다.
- Hahn
- 조회 수 581
- 2023.04.20. 19:53
콩이 (말티즈♂, 2010.8.6~2023.4.19)
결혼 후 8년동안 함께 했던 제 반려견 콩이가 열세번째 생일을 맞지 못하고 어제 새벽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장례를 치러주고 와서도 아직 현실감이 전혀 없네요.
급성 신손상으로 크레아티닌 수치와 칼륨 수치가 치솟은 탓에 실신을 해서 입원을 했지만, 양쪽 심장 판막질환을 다 가지고 있어 정맥수액 투여량을 충분히 줄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요독증이 해소가 안되는 상태로 며칠이 지나자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고 설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출혈을 동반한 설사로 탈수와 급성 빈혈이 찾아와 수혈을 했지만… 신장이 더이상 소변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수혈로 인한 폐수종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작년 늦가을쯤 암(비강 흑색종)을 발견하고 올해초 방사선치료를 했는데 결과가 좋았었습니다. 종양으로 인해 출혈이 계속되면서 수혈을 해도 3주를 버티지 못하는 작년 겨울에 비해, 올해는 단 한번도 빈혈이 발생을 하지 않았고 콩이를 그토록 괴롭히던 상부 호흡기 폐색도 완화돼서 숨을 편하게 쉬는게 느껴졌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심장병, 췌장염, 만성신부전을 가지고 있기에 살얼음판을 걷듯 내과적 관리를 계속했고, 애가 씩씩해서 티를 잘 안냈지만 그 과정에서 몸이 점점 더 쇠약해지고 있었나봅니다. 아니면 믿고’싶었던’ 항암백신이 효과가 없어서 흑색종이 신장으로 폐로 전이되고 있었을 수도 있구요.
어제밤, 병원에서 오늘밤을 넘기기 힘드니 안락사에 대한 결정을 할때가 온것 같다고 하는 말을 듣고,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숨을 들이쉬고, 날숨에 피가 섞여 나오는것을 보며 저렇게 힘든데 이제 차라리 놓아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때 쯤, 콩이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더니 저와 제 와이프를 향해 웃는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을 예감하고 계속 사랑한다고 말하는 저희에게, 이번 생 함께 해서 좋았다고 대답해주는것 같았어요. 그리고 다시 눕더니 안락사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려는듯… 몇분 후 스스로 삶을 놓았습니다.
나름 공부도 많이 했고, 심폐소생술로 실신한 아이 호흡을 되돌려놓기도 수차례 성공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쓰러질 때까지 병을 발견 못해서 제때 병원에 못데리고간’ 무능한 보호자가 됐습니다.
급성 신손상이 오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는 자책감, 그래서 그렇게 아프게 했다는 가슴을 후벼파는 미안함, 그럼에도 제가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는 무력감에 너무나 숨이 막힙니다. 콩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웃어주고 갔지만, 저는 제 스스로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8년동안 제 가슴을 어느새 다 차지하고선, 한번에 다 뜯어서 가지고 간것처럼 마음이 텅 비어있다가 어느순간 또 주체없이 흐르는 눈물로 하루를 채우고 있네요.
같이 했던 사진들을 못볼 줄 알았는데, 그걸 보고 있으니 현실을 잠시 잊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떼스는 사진들도 사랑스럽지만 환하게 웃는 사진들이 정말 많아서, 보니 얘가 나랑 있는걸 좋아했구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서요. 무뎌지지도 잊혀지지도 않겠지만, 아픔을 가진 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겠지요. 그리고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제 삶이 끝난 후 다시 만날 것을 믿기로 했습니다.
콩이야! 아프지 말고 먹고싶은거 다먹고, 목줄같은거 없이 실컷 뛰어놀아.
형아가 금방 가서 안아줄께!
거기랑 여기 시간은 다를테니까, 하루만 기다려주면 돼!
무겁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의 얘기가 아닌듯 하여 더 마음이 아프네요..
저희 우주도 작년 말에 갑자기 실신해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심부전증으로 이미 폐에 물이 가득차서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폐에 찬 물은 강제로 압박해서 겨우 다 빼긴 했는데, 산소호흡기를 떼면 곧바로 또 기절해버려서 병원에서 안락사까지 얘기가 나왔습니다..
가족들끼리 한참 울면서 논의한 끝에 보내주자고 했는데, 병원 의사선생님이 본인 생각에 하루만 자기한테 맡겨보고 추이를 보는게 어떻겠냐 하여 하루 입원시켰고,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어 지금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약 챙겨 먹이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어서 언제 또 일이 터질지 몰라 마음의 준비는 미리 해두려고 합니다.
마음 많이 아프실텐데 정말 위로드립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우주가 기특하게 잘 버텨 주었네요.
심부전으로 폐수종이 왔었다면 아마 이뇨제가 매일 먹는 약에 포함되어 있을거예요. 이뇨제는 신장에 아무래도 악영향이 있기 때문에, '식욕이 떨어진다든지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드시면' BUN이랑 크레아티닌 수치를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SDMA라는 선행지표를 자주 체크해 보시는걸 권장드리고 싶어요! 크레아티닌 수치는 정상범위를 넘는 순간 바로 응급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가 아프지 않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선생님과 함께하길 빕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생이었을 아이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반려묘를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가고 가슴 아픔이 느껴집니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