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버즈와 같은 커널형 이어폰에서는 ANC의 필요성이 다소 줄어듭니다.
- 서린
- 조회 수 1950
- 2020.01.11. 00:38
(차음성이 좋을수록) 커널형 이어폰에서는 상대적으로 노캔의 필요성이 줄어듭니다.
커널형은 이미 귓구멍을 막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외부 노이즈를 캔슬해 주거든요.
차음이 덜 되는 이어폰에 적용된 ANC가 차음성 좋은 커널형 이어폰에 비해 더 잘 캔슬하는 건 저역대 뿐이고(그마저도 제대로 된 ANC를 지원하는 몇몇 제품에 한해), 중음역부터는 차음성 좋은 커널형 이어폰이 훨씬 더 잘 막아줍니다.
에어팟 프로나 삼성 ANC 등이 엔진 소음 등은 일반적인 커널형 이어폰보다 훨씬 잘 캔슬하지만, 사람 목소리 등은 잘 캔슬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예상되는 반론(?) 몇가지 짚어봅니다.
1. 에어팟 프로와 삼성 ANC도 커널형이 아니냐?
맞습니다. 에어팟 프로와 삼성 ANC 이어폰도 커널형 이어폰입니다. 그런데 두 이어폰 모두 깊이 삽입되지 않고, 정착용해도 귓구멍이 틀어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죠.
굳이 표현하자면 완벽한 커널형이라기보다는 세미커널형에 가까운 형태입니다(특히 에어팟 프로). 그래서 상대적으로 중고역 노이즈를 ANC를 켜던 끄던 잘 막아주지 못하죠.
근데 이렇게 만드는 게 장점이 있습니다. 차음성 좋은 커널형 이어폰은 귓구멍을 꽉 막아버리기 때문에 신체에서 발생하는 소음, 예를 들면 걸을 때 나는 쿵쿵 소리 등에 매우 취약하며 터치 노이즈에도 매우 취약합니다.
외부 소음은 확실하게 차단해주지만 내부적인 소음(?)이 생겨버리는 거죠. 이래서야 목적 달성이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에어팟 프로와 삼성 ANC 이어폰은 차선책으로 세미커널형 비슷한 구조를 취했습니다. 둘 다 귓구멍을 꽉 막지 않는 대신 그로 인해 노출되는 외부소음에는 ANC로 대응합니다. 그래서 ANC로 외부소음을 막고 터치노이즈나 발걸음으로 인한 울림 등은 오픈형마냥 귓바퀴 부근에서 사라져 버리게끔 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외부 소음을 막으면서 신체소음도 최소화할 수 있는 셈이니, 괜찮은 솔루션인 셈입니다.
2. 괜찮은 솔루션이라면서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건 무슨 궤변인가?
분명 세미커널형 + ANC 조합은 괜찮은 솔루션입니다. 그러나 최상의 솔루션은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ANC는 현재 중/고음역대를 거의 캔슬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ANC는 돌발적으로 짧게 발생하는 소음에 대처하지 못합니다. 충분히 캔슬할 수 있는 영역이더라도 갑작스럽게 발생한 소음이라면 이 소리를 마이크가 수음해서 DSP에서 연산해서 역위상으로 다시 쏴주는 동안 이미 그 소리는 사라져 버리고 말죠.
이런 경우엔 차라리 그냥 귓구멍을 막고 있는 편이 훨씬 더 잘 차단되죠. 애초에 귀를 꽉 막고 있으니 감쇄되어 들릴 테니까요.
따라서 귓구멍을 아예 막아버리는 커널형 이어폰에 비해 세미커널 + ANC가 소음 차단에 더 효과적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3. 그럼 차음성 좋은 커널형 구조에 ANC를 채택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ANC는 만능이 아닙니다. ANC의 성능이 지금보다 좋아진다고 한들 신체소음을 완벽하게 잡아낼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차음성 좋은 이어폰에 ANC를 채택하면 (대체로 저역에 한해) 지금보다 더 높은 소음 차단률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터치노이즈(유선의 경우)와 신체소음은 전혀 잡아줄 수가 없습니다.
4. 버즈는 깊이 삽입되는 구조가 아닌 걸로 아는데? 세미커널 비슷한 구조가 되는 거 아닌지?
코드리스 이어폰들은 대부분 깊이 삽입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크래들을 작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노즐을 길게 뺄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버즈는 노즐은 좀 짧더라도 어쨌든 충실한 커널형 구조에 가깝지만, 에어팟 프로는 확실한 세미커널 구조에 가깝습니다(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 그래서 에어팟 프로는 ANC가 없으면 차음성 확보가 버즈보다 더 어렵습니다. 대신 그런 구조를 채택한 덕분에 신체소음에서 더 자유로워진 거죠.
즉, 에어팟 프로에서 차음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ANC가 필요합니다(그래야 커널형 만큼 외부소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좀 더 차음이 잘 되는 구조인 버즈에는 ANC가 없어도 상당한 외부소음이 감쇄됩니다.
버즈에 ANC를 넣어서 (사람들이 원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아니라, 좀 더 오픈형에 가까운 구조로 바꾸고 거기에 ANC를 넣어야 사람들이 원하는 쪽으로 ANC가 들어간다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이 에어팟 프로의 ANC에 놀란 이유는 외부 소음 차단도 기가 막히지만(이러니 저러니 해도 애플 ANC 성능이 좋은 건 사실이니), 그런 와중에 터치노이즈와 신체소음도 놀라우리만큼 잘 잡아냈기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체소음을 잡기 위해 세미커널(세미오픈)형 구조와 ANC를 채택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소음 차단률이 줄어드는 구간(중~고음역)이 생깁니다. 모든 사람들이 전부 그런 형태의 소음차단을 원한다는 보장은 없죠. 특정 대역이 특별히 훌륭하진 않더라도 전 대역을 다 잘 막아주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커널형에서 신체소음이야 당연한 거니까 적응해서 별 불만 없는 사람들도 많을 거구요.
지금 버즈에도 ANC를 구겨넣을 수야 있을 겁니다(조금 더 확실한 저음역 감쇄를 위해). 다만 이것도 외관은 비슷하게 가져가더라도 내부구조의 변경이 많이 필요할 거고, 단가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고작 저음역 조금 더 감쇄하자고 ANC를 넣고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는 건 쉽사리 내리기 힘든 결정일 겁니다.
그래서 버즈와 같은 커널형 이어폰에는 ANC의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한 겁니다. 넣었을 때 장점은 있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에서는 그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방향이 아닐 가능성이 높고,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넣어서 얻는 것에 비해 수반되는 단점(가격상승)이 더 크리티컬할 가능성이 높아 ANC를 꼭 넣어야 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우니까요.
p.s. 트랜스패런시 모드에 대해서는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ANC와 좀 다른 분야니까요. 굳이 한 마디만 하자면 에어팟 프로에 들어간 외부소리 유입용 마이크가 아주 좋은 마이크라고 합니다.
XM3의 노캔 데이터입니다(출처:0dB).
XM3가 타 제품에 비해 중저역대까지 잘 캔슬하는 편입니다만 3K 이후부터는 완벽히 패시브 캔슬링(귀를 막아서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죠.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야 있겠지만, 당분간은 중역과 고역 부분은 '얼마나 차음이 잘 되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성능이 좌우될 겁니다.
그리고 차음성 좋은 커널형 이어폰의 폐쇄효과를 ANC로 만족스럽게 제거하려면 역시 광대역의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필요할 겁니다. 이것도 당장은 어려운 일이죠.
보스, 삼성(C타입 ANC 한정), 소니, 애플 모두 ANC 성능이 아주 빼어난 제조사들이죠.
그리고 이들 모두 ANC의 구조적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 저 방법 다 실험해 보고 있구요.
삼성 ANC 이어폰도 폐쇄효과를 좀 줄이는 구조(덕분에 착용감이 영 좋지 않은..)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ANC를 켜면 이 제품도 외부소음과 신체소음 둘 모두를 꽤 만족스럽게 잡아주죠.
다만 이 글은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차음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어폰의 경우 외부소음은 좀 더 줄여줄 수 있을지언정 신체소음 감쇄효과는 원하는 만큼 얻기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귀 형상이 사람마다 다르니 이어폰만으로 차음이 제대로 안 되는 분들에겐 ANC가 좋습니다. 제 글은 일반론입니다. 다만 발자국 소리 같은 폐쇄효과에 기인한 신체소음은 ANC만 가지고는 충분히 캔슬할 수 없습니다.
글에도 써 놨지만 차음성 높은 커널형이더라도 ANC가 필요 없진 않죠. 다만 비용대비 효과가 적다는 겁니다. 이런 이어폰들이 폐쇄효과 감쇄 등의 소비자들이 좀 더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였구요. 지금과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고 할 때 버즈에서 과연 가격을 올려가면서까지 ANC가 들어가야 하는가?라고 누가 묻는다면 아니라는 거죠.
왜 삼성이 버즈에 ANC를 안 넣었을까, 다들 넣어달라고 원성인 거 알면서.. 에 대한 이야기라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ANC는 있으면 좋은 기술입니다. 다만 외부는 그대로 두더라도 내부구조는 상당히 변경해야 하고(ANC 효과를 제대로 얻으려면 내부설계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마이크도 추가적으로 필요한 데다 마이크 캘리브레이션도 훨씬 정교하게 해야 합니다. 이러면 단가가 엄청나게 올라가요. 제대로 된 노캔 달고 있는 제품들 가격이 얼마인지 생각해 보시면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버즈 정도 가격으론 어림도 없어요.
뭐 하여튼 가격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버즈 형태에 ANC를 넣는 선택을 한다 하더라도, 전면적인 디자인 수정 없이는 폐쇄효과로 인한 신체소음 감쇄효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합니다. 중고역부터는 ANC가 별로 관여하지 않으니, 버즈 형태에 ANC를 넣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이라곤 '외부 저역대 소음의 차음효과 증대'가 전부입니다. 이 정도로 만족할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아닐 겁니다. 가격이 그대로라면 당연히 넣어주는 게 좋죠. 근데 가격은 왕창 올랐는데 얻는 효과는 에어팟 프로에서 사람들이 느껴봤던 그 것이 아니라 고작 저역대 차음효과 상승이라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욕만 먹을 겁니다.
글에도 써놓은 얘기들이지만요.
아마존 에코버즈 리뷰들을 보면 ANC성능은 타 이어폰에 비해 떨어지나 PNC가 더 좋아 전체적인 노이즈 감소 성능은 꽤 괜찮다. 다만 그만큼 착용감은 떨어진다고 평했죠. PNC가 좋으면 상대적으로 ANC의 필요성이 줄어들긴 한다는걸 잘 보여준 사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ANC는 글 내용에 적혀있듯 새로운 소음을 낳는 경우도 있는데 ANC가 마냥 만능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고 있잖아요. PNC만으로 한계가 있지만 ANC도 알게모르게 양날의 칼이 되는걸 알아서 제 개인적으론 ANC에 크게 고집하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소니 제품도 위에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중역대는 꽤 괜찮지만 저역대와 중저역대는 패시브 캔슬링 성능이 미약하기 때문에(바꿔 말하면 차음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ANC를 켰을 때 차이가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누이 얘기하지만 이 글의 논지는 ANC를 넣었을 때 이점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버즈도 설계를 좀 변경해서 ANC를 넣으면 저역대 소음차단률은 더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미 에어팟 프로 맛을 본 소비자들은 신체소음까지 잘 캔슬해주는 ANC를 찾을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아예 풀체인지를 해야 합니다. 그냥 설계 변경해서 ANC만 넣어도 단가가 꽤 올라갈텐데, 풀체인지까지 해야 하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하겠죠. 애플이야 브랜드파워로 비싼 값에 팔아먹을 수 있지만, 삼성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제품 퀄리티가 좋다고 꼭 구매로 이어지는 게 아니니 삼성은 가격을 상당히 올리는 방향으로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더군다나 글에서 설명했듯 에어팟 프로와 같은 방식으로 패시브 캔슬링 성능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ANC로 보완하게 되면 ANC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중/고역 소음차단 성능은 차음성 높은 이어폰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게 됩니다. 애플처럼 하는 게 장점만 있는 게 아니란 거죠. 애플과 같은 방식이 아닌 높은 차음성의 이어폰 + ANC 조합도 수반하는 비용상승에 비해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이 높지 않을 수 있다(폐쇄효과로 인한 신체소음 차단률이 떨어지기 때문)는 문제가 있구요.
하여간 삼성도 버즈를 정가 20만원 후반~30만원대에 내놓을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삼성 ANC 이어폰만 봐도 화이트 노이즈가 약간 생기는 단점이 있었으나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상당히 좋았거든요(에어팟 프로처럼 낮은 저역까지 잘 캔슬하며 신체소음 캔슬링 성능도 매우 좋았음). 삼성 + 하만 조합이 ANC 기술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버즈는 정가가 ANC 성능이 준수한 이어폰(에어팟 프로, WF-1000XM3 등)의 반값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대에 있으니 여기에 더 많은 걸 바라는 건 무리란 얘깁니다. ANC가 들어간 버즈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 물건의 이름이 버즈든 아니든 가격대는 필연적으로 지금보다 꽤 높을 겁니다. 아무리 싸도 20만원 중반대가 아닐까 싶어요. 이 가격대가 되더라도 사람들이 그 제품을 많이 사 줄지는 모르겠네요...
말씀하신 내용을 Passive noise cancelling 이라고 홍보하는게 자브라 엘리트 시리즈죠. 실제로 이어팁이 깊숙하게 들어가면서 이어폰 하우징이 귓바퀴에 밀착되는 구조라 이어폰을 착용하기만 해도 외부소음이 상당이 차단되는것을 느낄수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