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S24는 애플식 전략을 정말 잘 사용한 것 같습니다.
- Eomjunsik
- 조회 수 2503
- 2024.04.09. 23:47
여기서 제가 말하는 애플식 전략은 "별것도 아닌거 대단하게 포장하기"입니다. 부정적으로 들리실 수 있겠지만 진심으로 칭찬입니다.
S24가 키 셀링 포인트로 내세운 갤럭시 AI의 기능들 대부분이 온디바이스도 아니고 서버 기반, 그마저도 삼성 자체 기술이 아니라 구글의 기술에 "불과"하죠. 사실 삼성의 AI 기술력이 들어간 부분은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러한 이유로 갤럭시 AI라는 캐치프라이즈 자체에 갸우뚱했습니다. 이거 그냥 킹반인들 낚아보려는 기막힌 사기극 아닙니까?
그런데 탭 S9에 6.1 업데이트를 받고 실제로 사용해보니 생각이 좀 바뀌더군요. 여전히 포장에 불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포장을 좀 잘 했습니다. 사실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더 나은 솔루션이 널리고 널렸습니다. Generative fill을 원하면 Stable Diffusion이 나을거고 온디바이스 음성인식도 Whisper가 낫죠. 근데 이걸 일반인이, 그것도 모바일에서 돌린다? 어찌어찌 성공했다고 쳐도 One UI 시스템에 이렇게 미려하게 녹아들 수 있을까요?
예전의 삼성이라면 굿락 같은 갤럭시 AI 앱을 하나 만들고, 이게 뭔 기능인지도 모르겠는걸 잔뜩 설치해둔 다음 광고 기사 몇개 내보내고 다음작에서 유기했겠죠. 이번에는 아닙니다.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사용 동선 곳곳에 실제로 유용한 AI 기술을 배치해두고 사용을 유도합니다. 한두번 써본 사용자는 이게 진짜 유용하기 때문에 또 사용하게 되구요. AI 기술력적인 측면으로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지금 삼성에게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제가 애플이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신기능이라고 입이 닳도록 홍보하는 기술들 대부분이 남들이 미리 해놓은 것 파쿠리, 그리고는 혁신이라고 광고 내보내기죠.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차이가 느껴지죠. 사용자 친화적인 UX를 갖춘 기술의 위력이란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이제 삼성도 이 점을 깨닫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이 기조를 계속 이어가 신기술을 위한 신기술이 아닌 사용자를 위한 혁신을 이어가줬으면 좋겠습니다.
User eXperience 따위 안중에 없던 회사가 갑자기 UX의 근본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