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지막 갈림길, LG 벨벳 리뷰
- LG산흑우
- 조회 수 1691
- 2021.08.09. 13:54
"색. 다른 시작."
2019년, V50의 성공으로 고무된 LG는 듀얼스크린 사용성과 기기 성능을 강화하고 일부 하드웨어를 너프시킨 파생형, V50S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V50S는 여러 요인 (카메라 너프, 최악의 디스플레이, 영 좋지 않은 마감, 그리고 어쩌면 가장 컸을 이통사의 5G 보조금 감소) 들로 인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똑같은 컨셉의 V60 역시 한국 땅을 밟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LG가 택한 카드는, 역시나 차별화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답습했던 기믹성 기능으로 일회성 차별화와는 달리, 2020년 LG가 기획한 차별화는 사뭇 달랐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디자인 렌더링 공개, 시리즈 네이밍 탈피 및 피처폰식 펫네임 부활이라는 꽤나 독특한 전략을 취한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바로 벨벳입니다.
LG 스마트폰 최초의 엣지 디스플레이 (LG는 이걸 3D 아크 디자인이라고 불렀죠) 는 BOE제임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품질을 보여줍니다. 전후면 동일곡률로 그립감도 좋고요. 이것도 '벨벳 터치 디자인' 이라는 네이밍이 붙어있는데... 그것까지 붙을 필요는 없어보이지만 어쨌든 좋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후면 카메라 배치는 확실히 기존 LG 스마트폰과 차별화되어있고 독특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포인트 자체가 상당한 강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2019년 나온 갤럭시 노트10 시리즈부터 카메라들을 묶었을 뿐이지 흡사한 배치를 보여주거든요. (심지어 먼저 나옴) 그래도 스토리텔링 자체는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폰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지만요...
벨벳에서 유일하게 까지 않고 맘껏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색상입니다. 무려 7종 (오로라 화이트/그린/그레이/핑크/블루/레드, 일루전 선셋) 의 색상을 구비해놓았는데, 저는 그 중 오로라 화이트를 골랐습니다. 빛을 비추면 금색/무지개색/하얀색 의 3가지 색상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컬러는... ㅗㅜㅑ입니다. 진짜 삼성이 컬러담당만 어떻게 좀 모셔갔으면 ^^;;;
180g의 무게도 꽤 잘 잡혀있어서 한 손 사용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IP68 방수방진+ 밀스펙도 갖췄고요. 외관상으로는 큰 결점은 없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펙)
- (내수용 기준) 스냅드래곤 765 × 8GB RAM
- 48MP 삼성 테트라셀 or 소니 쿼드 베이어 + 8MP 광각 + 5MP 심도 × 16MP 전면
- 4300mAh 배터리
입니다. 위에 올려놓은 V60 리뷰 때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딱히 스펙으로 까진 않았지만, 얘는 추후 깔 가성비로 인해서인지 커버쳐줄 생각이 안드네요... 암튼, 스펙 자체는 2020년 중급기 스탠다드인데, 여기에 방수방진, 무선충전 등 일부 플래그쉽의 부가기능이 들어간 형태입니다.
성능은 요정도 나오네요. 큰 의미는 없으니 넘어가겠습니다.
+) 음향의 경우, 유선 음질이야 쿼드덱이 없긴 한데 그거 감안하면 적절하지만 스피커 성능이 V60와 달리 저음이 부족하고 찢어지네요. 그동안의 LG폰을 생각하면 스피커가 발전하긴 했지만 좀 아쉽습니다. 모노인걸 제외하면 윙 쪽이 더 듣기 좋았습니다.
WING UI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11의 기본 기능 (메시지 팝업 알림 등), 야간 타임랩스 등이 탑재된 UX 9.5 (가칭이지만 기본 앱 버전은 9.5로 되어있긴 합니다) 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들은 V60 꺼긴 한데... 차이는 정말 없습니다. 딱 하나
V60에는 G7부터 G8까지 쓰이던 용어인 '뉴 세컨드 스크린' 이 남아있습니다. 이걸 제외하면 기존 WING UI와의 차이점은 크지 않습니다.
+) UX 10은 다른 미코 회원님께서 올려주셨으니 자세한 언급은 안하겠지만, 여기서 더 많은 개량이 더해졌습니다. UX 9.0이 One UI를 베꼈다면, UX 10은 거기에 iOS를 끼얹은(?) 느낌이네요. 독창성은 살짝 떨어져도 출시되었다면 그래도 준수한 평가를 받았을텐데 참 아쉽네요...
사실 여기가 메인 파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마 플래그쉽이리고 불러줄만 한 V60을 드랍하고 벨벳을 그 자리에 앉힐 땐, 상식적으로 그에 맞는 옷을 입혔어야 했습니다. 특히 가격적인 부분에서 그 실책이 더 드러나죠. 2019년 G 시리즈 (모델 네임 G900에서 볼 수 있듯 사실상의 전작) 인 G8과 가격은 같은데, 스펙상 좋은 부분이 배터리와 화면 크기를 제외하면 전무합니다. G8이 비록 기믹덩어리지만, 적어도 스펙은 플래그쉽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벨벳의 포지셔닝은 더욱 이해가 힘들죠.
그렇다면 스펙상의 단점을 감쌀 LG가 주장하는 강점은?
디자인.
이거 하나뿐이었습니다.
https://zdnet.co.kr/view/?no=20200717091222
(지금 봐도 어이가 산으로 날아가는 기사입니다)
물론 명품 브랜드들도 특유의 브랜드 가치로 같은 상품이어도 더 높은 가격표를 받기는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벨벳은 루이비통, 샤넬이 아닌 애스턴 마틴 시그넷과 같은 존재였다는 겁니다.
시그넷은 사실 '진짜' 우리가 아는 고급 스포츠카인 애스턴 마틴도 아닙니다. 토요타 iQ라는 소형차에 애스턴 마틴 디자인을 어설프게 얹고, 내부에 가죽을 덧댄 수준이었죠. 물론 환경규제를 피하기 위해 내놓았다는 뒷사정도 있지만, 기본형 가격이 무려 5500만원이었기에 4년간 겨우 593대를 판매한 뒤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물론 벨벳의 가격이 시그넷 수준으로 어처구니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LG전자는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간과했는지, 아니면 애써 무시했는지 몰라도 이처럼 소형차 (중급기) 에 '멋진' 디자인 (3D 아크, 물방울 등) 을 얹은 다음, 대형차 (플래그쉽 스마트폰) 의 가격표를 붙여 판매하고 말았습니다. 결과는 시그넷이 그랬듯, 실패였죠.
이 소위 '매스 프리미엄' 전략이 실패했다는 건, 지금은 환상종이 되어버린 벨벳2 프로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플래그쉽 칩셋, OIS가 들어간 카메라, 120Hz 디스플레이 등등...
매스 프리미엄 전략을 기획했던 LG조차도 속 빈 강정, 아니 속 빈 무늬만 플래그쉽 스마트폰인 기기로는 버틸 수 없다는 걸 깨달은거죠. 이미 때는 늦었지만요...
30년간 이어오던 전화기 사업을 포기하게 된 LG, 한때 피처폰 시장의 강자였으나, 스마트폰 사업은 부침끝에 쓸쓸한 퇴장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직접 배울것은 많지 않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것, 그리고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 말 것을 삼성, 애플 등 '현재의 강자' 들이 항상 기억하고 LG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립습니다... 시그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