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아이덴티티 얘기하니 생각나는 것
- 1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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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24. 14:48
Objectified라는 2009년 다큐멘터리에 조너선 아이브 인터뷰가 나옵니다. 거기서 이런 내용을 언급해요. (기억에 의존해서 쓴거라 실제내용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전 G3 아이맥과 현재 아이맥은 보기에 매우 다릅니다. 다른 철학에 의해 디자인되었기 때문이죠. G3 아이맥은 음극 브라운관이라는 부품이 가장 크고 중요했으며, 그 제품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었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디자인이 전개되었죠. 현재의 아이맥은 훨씬 얇은 평판 LCD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그 부품을 핵심으로 하여 디자인했죠.
전 이걸 보고 감탄했던게 한 기업의 디자이너가 CRT 시대부터 LCD, 그리고 OLED 시대까지 제품디자인을 계속 맡으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기술에 따라 다른 철학들을 고민해왔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부분들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 머리를 굉장히 많이 쥐어뜯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아이폰을 처음 만들 때도 멀티터치 인터페이스에 대해 정말 확신이 없었고 포기할 뻔한 적이 많았으며 이걸 잘 만들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의 연속이었다고 하네요.
디자인이 계속 유지되거나 하는 거보다도 이런 고민이 내부에서 계속 유지되는것들이 정돈되어 결과물로 나오고, 그 과정들이 모이고 모여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메이저 회사의 어느 디자이너라도 CRT에서 LCD로 넘어갈 때 두께를 현격히 줄이려고 하지 CRT의 재해석을 하려하지 않습니다. 블루스카이 님 말대로 LCD뒤에 기판을 나둬서 CRT 특유의 두께감을 재현하면 디자이너가 뚝심이 있구나 생각을 할텐데, 결국은 타 회사와 비슷하게 LCD다운 얇은 두께를 내놓았죠. 물론 본문에서 말씀하신 대로 LCD시대에 맞는 디자인의 고민이 안 들어간 것은 아니나, 그건 다른 회사도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본문의 예시보다는 차라리 디자이너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애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근원적인 부분 아닌가라는 지적을 한 것입니다.
자꾸 말이 엇나가는데요...
제 말은 당연히 기업들과 디자이너들이 LCD라서 두께를 줄이자는 디자인을 못했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CRT를 사용할 때 아이브는 투명 폴리카보네이트에 팝한 컬러를 넣어 마치 젤리같은 질감을 사용하고 브라운관 부품이 은은하게 보이는 방식을 채택했죠. 이건 CRT라는 기술에 대한 아이브의 해석이구요,
마찬가지로 LCD 시대에서 아이브는 LCD 기술을 디자인에 잘 반영하기 위한 해석으로써 처음에는 부품을 모두 아래로 내려 반구형태 안에 가두고, LCD의 얇음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선택을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유광 스테인리스 스틸 힌지 안에 모든 케이블 요소를 넣는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하나의 알루미늄 하우징 안에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집어넣어 액정 하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구요.
한 디자이너가 오랜 시간 동안 발전되는 기술에 대해 자신의 관점에 따른 해석들을 내놓는 것들이 누적되면 아이덴티티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걸 현실로 만드는 데에 말씀하신 대로 디자인에 대한 전폭적 지원도 중요합니다. 두 가지 모두 애플의 아이덴티티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고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닌데 제 말을 '다른 기업들은 그럼 LCD 얇게 만들려고 생각 못했음?' 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반대로 뒤집에서 lcd에서 crt감성 낸 제품이 있었나요? 그냥 구조의 변화로 디자인적 요소의 계승이 아닌 동일 디자이너의 재해석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네요. 차라리 아이브에게 전폭적 지원한 애플의 안목이나 뚝심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그 분은 전반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립했으니.
당시 삼성은 모바일 태블릿 랩탑에서 엿보이는 아이덴티티가 부족했으니까요. 디자이너의 전반적 개입에 선을 그었다고나 할까요?
저는 그런 '클래스'차이를 차라리 예로 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