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뻘글주의) 문페이즈로 보는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워치 철학
- 슈피리어
- 조회 수 3319
- 2021.08.19. 20:33
원래 달의 위상은 태양에 의해 빛을 받는 부분만이
빛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기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따라서 태양과 달과 지구가
직각을 이룰 때 반달이 관측됩니다.
태양-지구-달 이라면 보름달이, 반대로
태양-달-지구라면 삭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달의 위상을 시계에 구현한것이
'문 페이즈' 라 불리는 컴플리케이션입니다.
딱히 실용적이진 않지만, 이쁘기 때문에 자주
선호되는 기능인데요,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에서도
물론 이 기능을 지원합니다.
두 시계의 문 페이즈 기능에 차이점이 보이시나요?
삼성의 경우 저 달이 한칸씩 옆으로 이동하면서
양 옆으로 볼록 솟아았는 가림막에 가려져 달의 위상을
표현하는데 반해, 애플의 경우 달은 가만히 있고
빛나는 부위가 바뀌면서 달의 위상을 표현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쪽이 더 정확한 달의 모습을 보여줄까요?
정답은 바로 애플입니다.
눈치 채신분들도 계시겠지만, 삼성의 방식처럼
'원'이 다른 '원'을 덮어 가리는 방식으로는 절대
'반달'의 모양이 나오질 않거든요.
저런 문페이즈의 경우에는 사실상
그믐, 초승, 보름달 빼고는 실제 달이랑 별로 닮지 않았어요.
차오르는 달 같은것도 표현을 못합니다. 그냥 뚱뚱한
초승달처럼 표현할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삼성은 왜 저런 방식의 문페이즈를 채택한걸까요?
그냥 그게 아날로그 워치들이 사용하던 방식이어서
그렇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아닌 실제 기계의 작동으로
달의 위상을 표현하려면 저 정도가 물리적 한계에요.
즉 삼성은 기능적 특성보다는, 아날로그 워치의 감성을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려고 한 겁니다.
굳이 문페이즈가 아니더라도 삼성의 클래식 워치페이스를
들여다보면 다이얼의 입체감이나 선레이 패턴등
생각보다 더 쓸데없는 부분까지 현실적으로 구현해놨죠.
반면에 애플 워치페이스는 그나마 시계하고 닮은
California나 Chronograph pro 이런것까지도
전부 그냥 플랫하게 처리해놨습니다.
이런걸 보면 애플은 아날로그 워치의 특징들을
'시간'이란 개념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생겨난 '부산물' 취급하는것 같아요.
다이얼의 질감이라든지 시,분,초침의 각각의 높이가
다르다든지 이런건 그냥 시계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면서
생겨난 특징이지, 결코 시계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보는거죠.
따라서 문페이즈의 경우에도, '화면이 있으면 그냥
정확한 달의 모양을 띄울 수 있는데 뭣하러 반쪽짜리
아날로그 문페이즈를 탑재해야되냐?' 라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애플은 '시계는 시간을 나타내는 방식을
의미할 뿐이고 따라서 스마트 워치는 가장 효율적으로
그 인터페이스를 구현해야 된다' 고 생각하는거고
삼성은 '시계는 시간을 나타내는 도구를 의미하는것이고
따라서 스마트워치는 그 도구의 특성을 닮아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 삼성의 방향성은 기존 일반 시계들의 영향을 너무 많이받다못해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이 되면서 물리버튼 대신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게 된다면, 굳이 물리버튼의 형태를 그대로 따와서 터치스크린에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반응형 인터페이스가 터치 스크린의 가능성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마트워치에서도 스마트워치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각적효과들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이번 워치4는 기본 페이스들이 애플과 같은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