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네요.
-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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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0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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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어떻게든 지금 부서장 내쫓고 싶었는데, 역시 (전직 고위공무원 출신의) 교수가 꽂아준 인사를 내쫓는다는 건 쉽지 않네요.
사실 이번 주 내내 현생에서도 그렇고 여기에도 글 쓰면서 굉장히 현실적인 말씀해 주신 선생님들이 있으셨는데, 그 분들 말씀대로, 그리고 제가 예상했던대로 단순히 해고나 업무 배제를 전제로 위력을 가한 걸로는 역부족이었네요.
처음에는 부서장하고 싸울 생각도 없었고 그저 대화로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업무 변경에 대해 해결을 보려고 했던 건데, 부서장이 대화를 포기하고 서로 사내 정치로 끝장을 보자는 스탠스를 보여서 어떻게든 저 사람 축출하고 분풀릴 때까지 흠집 내보자는 증오에 사로잡혔던 거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희의 인사권을 담당하는 (따로 이메일를 보냈던) 교수가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해 부서장의 판단에 이질감을 느끼고 저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과 이번 일로 다른 교수들에게 부서장의 자질과 행보에 의심이 가게 했다는 거 정도겠네요.
물론 그 교수도 부서장의 말에 일부 동조하는 걸로 봐서는 완전히 믿을 사람은 못 되지만, 적어도 부서장처럼 음험하고 밑도 끝도 없이 고집을 피우거나 이유 없이 까라면 까라는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아닌 듯해서...
하여튼 결론은 교수에게 다음과 같은 약속을 재차 받아냈습니다.
1. 저의 다른 매니저의 담당 업무를 현행 유지해 줄 것
2. 저와 다른 매니저의 담당 업무를 절반씩 보조할 목적으로 채용하는 매니저에 부서장이 내정한 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채용하는 것을 검토해 줄 것
첫 번째도 그렇지만 두 번째 약속을 안 받아냈으면 실무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치명적이었습니다.
일단 부서장이 사내 정치를 목적으로 자기 사람을 만들기 위해 본인에게 동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내정해서 기존의 매니저들을 통제하려는 노골적인 속내가 보이는 술수였으니까요. 사내 정치라는 부분을 빼도 부서장의 나이가 환갑이 넘어간다는 걸 감안하면 부서장이 뽑을 사람은 직책만 매니저고 사실상 본인과 동급인 사람을 앉혀놓을 게 뻔할 겁니다.
지금 부서장도 안 그래도 매니저들과 나이부터 직책까지 그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인데, 그런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온다 생각하면, 직책만 매니저고 사실상 상전만 늘어나는 셈이죠.
이번 주 동안 이런 일을 겪으면서, 윗선에서 실무하는 말단의 의견을 수용해 주고 약속까지 받아냈다는 거 자체가 선방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통상적인 경우라면 그냥 제 의견은 묵살되고 소리소문 없이 묻혔겠죠.
그리고 이제부터 부서장과 한 공간에 함께 있는 이상 음성녹음은 필수라는 것도 깨닫고요...ㅋㅋ
이번에도 앞에서는 아무 말 못 하더니 뒤에서는 교수들한테 공연히 저를 무슨 사내에서 적응도 못하고 윗사람한테 개기기나 하는 사람처럼 말하던데, 다음이라고 안 그럴까요 ㅋㅋ
일단 월요일에 부서장, 다른 매니저들 포함해서 삼자대면 해볼까 하는데, 그때 부서장이 뭐라 나올 지는...
안 그래도 맨 처음 해고와 업무 배제 들먹일 때부터 일주일 내내 음성기록만 죽어라 하고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죄다 긁어모으고... 이게 진짜 사람이 할 짓인가 싶더라고요.
사실 지금이라도 터트려서 부서장 고꾸라지게 만들 수도 있긴 합니다. 저에 대한 단순한 폭언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아예 빼도박도 못하게 해고 사유가 될 만한 짓거리도 했는데, 이에 대한 증거도 다 가지고 있고요.
어디까지나 교수에게 이번 일에 대해 건의한 목적이 담당업무 현행 유지와 기존 매니저들을 보조하는 매니저 신규 채용에 대한 재검토였기 때문에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고, 말씀하신대로 확실하게 터트리기 위해 이번에는 가지고만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부서장의 본심을 봤기에 내일부터는 모든 순간들을 죄다 음성기록으로 남겨둘 생각입니다. 본문에도 적어놨지만 다음이라고 다를까요.
이후에도 저하고 타협 볼 생각이 없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폐해진다는 말이 뭔지 머릿 속에 각인을 시켜줄 겁니다. 남을 다치게 했으면 본인도 다칠 각오는 해야죠.
일단 저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할 만큼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반면에 저 부서장이라는 인간은 이번 일로 교수들 사이에서 "도대체 총괄을 어떻게 하길래 둘 밖에 없는 매니저들 관리 하나 못해서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나" 싶을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제가 충분히 이득 본 싸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하신대로 이후에 저에 대한 대외적인 이미지 구축도 그렇고 실제로 담당한 업무를 더 열심히 해야겠죠 ㅎㅎ
말씀하신대로 일개 매니저가 부서장에게 맞붙기에는 너무 나약한 존재이기에 부서장의 부조리함을 증거할 증거물들을 모조리 모아볼 생각입니다. 이번 기회로 저 인간이 음침하고 구질구질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그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언제 또 뒷통수 맞을 지 모를 일이니까요.
선생님. 그간 마음고생 많이 하셨네요. 높은 직책은 보이지 않는 권력, 권위라고 흔히 말합니다. 대학교에서 교수가 과중한 과제와 세미나준비를 지시하면 학부생이나 랩실 연구생은 그것을 해야합니다. 졸업과 석박사과정 때문. 그렇듯 선생님에게 과중한, 이해가 힘든 일을 지시하기도 합니다. 현재 선생님도 말단직원이고, 부서장은 중간 관리자 직책정도 될것입니다. 그 위치에서 사내정치로 자신의 직책을 지키고 싶어서 여러가지로 행동한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