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가 후기
- Stellist
- 조회 수 387
- 2023.07.09. 20:05
얼마 전 한국에 드디어 상륙한 미국의 햄버거집인 빠이브가이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마음을 먹고(!) 방문해 봤습니다. 아침 6시부터 매장 앞에 테이블링 줄서기 등록 태블릿이 비치되고, 번호를 등록한 뒤에 연락이 오면 매장으로 달려가서 입장하면 되는 구조입니다(현재 앱으로 원격 줄서기 등록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오늘 비 소식이 있어서 그래도 사람이 좀 적지 않을까? 하고 대충 8시로 약속을 잡았고, 저는 조금 이른 7시 50분쯤 강남에 도착했습니다.
호다닥 달려가서 태블릿 앞에 선 순간...
[현재 대기 178팀]
.... 매장이 11시 오픈이니까, 오픈 3시간 전인데 이미 180여팀이 등록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서둘러서 5명 입장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최대 4인까지만 테이블링 등록이 가능합니다. 5인 이상은 카운터에 문의해주세요"
라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파이브 가이즈'인데 왜 5명이 한번에 못들어가는건지 의아했지만, 결국 휴대폰 번호 2개를 이용해 3명 2명 예약을 했습니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먹고 수다를 떨면서 기다리다가 5시간 정도 지난 오후 1시 10분, 드디어 메시지가 왔습니다. 지금 매장 앞 대기라인으로 일행 전원이 와야 입장할 수 있고, 30분 내 입장하지 않으시면 등록이 취소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드디어 파이브가이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땅콩존. 종이 봉투에 원하는 만큼 퍼갈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 벽에 감자 원산지 표시를 해두고, 감자포대를 계산줄 옆에 쌓아두었습니다. 경상북도 예천에 있는 김영환 씨 농장에서 그저께 포장해서 어제 들어온 감자라고 합니다.
카운터에서 주문.
버거는 기본적으로 햄버거/치즈버거/베이컨버거/베이컨치즈버거 4종류의 바리에이션이고, 패티가 2장이 기본, 패티가 1장이면 리틀 버거입니다. 야채와 소스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핫도그와 샌드위치는 관심없어서 패스. 감자튀김은 기본과 케이준 2종류에 리틀/레귤러/라지 3가지 사이즈. 따로 세트메뉴는 없습니다.
5명이 각자 취향대로 버거를 주문하고, 라지 감자튀김과 레귤러 케이준감자튀김, 맥주 3병, 탄산음료 2개를 시켰습니다.
그렇게 나온 금액이 12만 8,600원...
맥주는 병맥주이고 탄산음료는 컵을 줘서 디스펜서에서 원하는 대로 따라마실 수 있습니다.
버거가 조립되는 중입니다.
아쉽게도 패티 구울 때 치즈를 올려서 녹이는게 아니라, 패티의 잔열로 녹이는 방식입니다.
미국 파이브가이즈에는 막 음료를 커스텀 조합할 수 있는 신기한 디스펜서가 있다고 하는데, 강남점에는 보통 음료 디스펜서입니다.
셀프바에는 케첩 등.
땅콩으로 먼저 입가심을 해줍니다. 소금 간이 되어있어서 아주 짭조름합니다.
건배~~
감자튀김. 튀김 하나하나도 큰데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게다가 맛이... 솔직히 저는 버거보다도 감자튀김에 더 만족했습니다. 여러 프랜차이즈나 수제버거집을 가봐도 감자튀김을 만족스럽게 하는 집은 잘 없었는데, 여긴 [진짜] 입니다.
노멀 감자튀김은 소금간이 적당하게 되어서 케찹 없이도 계속 손이 가는데다가 진짜 신선하고 맛있는 감자 느낌이 나고, 케이준 감자튀김은 봉투 열었을 때 향이 확 퍼지는게 장난 아닙니다. 다만 케이준 양념 특성상 쉽게 물리는지라... 하나만 시킨다면 노멀 감자튀김을, 2개 다 시킬거라면 케이준은 스몰 사이즈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버거. 이 집은 특이하게 매장에서 먹어도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서 갈색 종이봉투에 넣어서 줍니다. 호일은 따뜻함을 보존하면서 치즈를 녹이기 위함일까요?
제가 주문한건 베이컨치즈버거에 양상추, 토마토, 그릴드 어니언, 그릴드 머쉬룸, 렐리시, 마요네즈, 케첩, 머스타드, A1 스테이크소스(=표준 구성에 피클제외, 렐리시추가, A1소스추가)입니다.
포장을 까보니 상위레벨(?) 와퍼들과 엇비슷한 크기의 버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이즈는 비슷해도 패티가 두장이라 그런지 와퍼보다 더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그릴에 같이 굽진 않았지만 호일 덕분에 살짝 치즈가 녹았고, 패티는 생각만큼 자극적이진 않지만 육즙이 적당히 촉촉하면서 깔끔한 맛이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소스, 토핑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베이컨은 없어도 될 뻔 했고요.
그렇게 장장 6시간에 걸친 파이브가이즈 레이드가 막을 내렸습니다.
일단 맛은 있습니다. 다만 인당 평균 25,720원을 지불했는데 그러면 당연히 이 정도의 맛은 있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정도의 맛이라 느꼈습니다. 가격대비 못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맛. 하지만 그렇다면, 솔직히 말해서 오픈 3시간 전에 나와서 등록하고 5시간을 시간 떼우며 기다렸다가 먹을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쉐이크쉑 역시 처음 오픈해서 매장 하나만 있을 때는 엄청 줄서는 집이었다가, 지금은 매장이 20개 이상 늘어나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버거가 되었습니다. 파이브가이즈도 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종종 고기 풍부한 맛있는 버거를 먹고 싶을 때 들러볼만한 집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 지금처럼 대기하라고 하면, 차라리 저는 다른 집을 가겠습니다.
아, 감자튀김 때문이라면 기다릴 수 있을지도요.
어제 저도 미국에서 첫 파이브가이즈를 먹은 경험으로는,
-미국도 동일하게 은박에다 포장해줍니다. here/to go 상관없이요!
-짚어주신대로 한국 감자를 쓰니 감자 사이즈가 다르긴하군요. 미국은 아주 길쭉하게 뽑습니다 ㅋㅋ
-본문말씀대로 미국에선 치즈를 패티구울때 같이 올려뒀다가 빵1+소스와 빵1+나머지토핑 위에 얹습니다. 사진에 치즈가 빳빳하게 올라가니 신기하네요.
저녁이라 저도 베이컨은 건너뛰고 그냥 치즈버거와 와이프는 리틀 치즈버거로 먹었는데
뺏어먹어보니(?) 리틀이 빵과 토핑은 같은데 패티가 한장 빠지면서 오히려 더 느끼하게 느껴지더라구요ㅠㅠ
투고해서 집에와서 먹느라 음료는 안시켜봤는데 어쩐지 파운틴소다가 그냥이 아니고 커스터마이즈 어쩌고 써있더니 그게 그 기계가 특이해서 굳이 적어논거였군요 😂 그건 못보고왔네요 ㅋㅋㅋ
호일에 포장하는게 치즈 녹일려고 하는거 맞을거에요
그나저나 시간이랑 가격이 어마무시하게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