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미코문학-자급제 광장 (원문: 최인훈- 광장)
- LG산흑우
- 조회 수 1523
- 2021.04.17.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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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자들이 앉아 있고, LG 사용자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삼성 직원과, 검은 셔츠를 입은 애플 직원이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직원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폰을 고르겠소?"
"LG."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직원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LG는, 이미 접은 사업이요. 소프트웨어 지원도 드문 폰을 받아서 어쩌자는 거요?"
"LG."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LG."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직원이 나앉는다.
"동무, 지금 삼성에서는, LG 사용자들을 위한 보상금 정책을 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S21을 가지게 될 것이며, 삼성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직원은 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목도 동무의 삼성폰을 반길 거요."
"LG."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직원이,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LG 생활에서, 그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삼성은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삼성에 바쳤던 금액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LG."
애플 직원이,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직원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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